성주 만귀정에서 만난 강물과 정자가 빚어낸 초겨울의 고요한 품격
초겨울 바람이 부드럽게 스쳐가던 날, 성주 가천면에 있는 만귀정을 찾았습니다. 강가에 자리 잡은 정자는 생각보다 조용했고, 멀리서도 팔작지붕의 선이 또렷하게 보였습니다. 이른 아침이라 공기가 차가웠지만, 정자 주변의 고요함이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습니다. 돌계단을 따라 올라서자 나무 바닥이 미세하게 삐걱였고, 발 아래로 낙동강의 물결이 은빛으로 반짝였습니다. 오래된 기둥마다 시간이 켜켜이 묻어 있었고, 그 흔적들이 정자의 품격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만귀정’이라는 현판이 걸린 처마 밑으로는 가을빛이 마지막 잔상을 남기고 있었습니다. 주변 마을 어르신 몇 분이 강가에서 낚싯대를 드리운 채 담소를 나누고 있었고, 그 모습이 정자와 한 폭의 그림처럼 어울렸습니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기와가 내는 미묘한 소리가 귓가를 스쳤고, 잠시 눈을 감고 서 있자 세월의 결이 느껴졌습니다.
1. 강가에 닿는 길과 접근 방법
성주 시내에서 가천면으로 향하는 길은 국도 30호선을 따라 약 25분 정도 걸립니다. 내비게이션에는 ‘만귀정 주차장’이 명확히 표시되어 있어 찾기 어렵지 않습니다. 주차장은 강변 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바로 만날 수 있고, 정자까지는 완만한 경사로가 이어집니다. 아침 일찍 방문했더니 차량이 거의 없어 여유롭게 주차할 수 있었습니다. 입구 표석에는 ‘만귀정(晩歸亭)’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는데, 햇빛이 비치면 돌의 질감이 선명하게 드러나 인상적이었습니다. 길가에는 느티나무 몇 그루가 서 있어 그늘을 만들어주었고, 낙엽이 바람에 흩날리며 길 위에 얇게 깔려 있었습니다. 차를 세우고 강가 쪽으로 걷다 보면 물소리가 서서히 가까워지며, 정자의 실루엣이 점점 또렷해집니다. 접근성이 좋고, 주변이 한적해 도심의 소음에서 벗어나기 좋은 장소였습니다.
2. 정자의 구조와 주변 분위기
만귀정은 강을 향해 열린 방향으로 지어진 팔작지붕 정자입니다. 바닥은 마루로 되어 있어 신발을 벗고 올라설 수 있으며, 난간을 따라 둘러보면 강물과 들판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내부에는 장식적인 요소가 거의 없지만, 대신 목재의 질감과 결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정자 뒤편으로는 낮은 언덕이 있고, 그 위로 솔숲이 조용히 둘러싸고 있습니다. 마루에 앉으면 바람이 정면에서 스며들어 오며, 한쪽 귀퉁이에서 들리는 새소리가 공간을 채웁니다. 정자 아래에는 물안개가 옅게 퍼져 있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햇살에 녹아내리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비록 크지 않은 정자이지만, 구조가 단단하고 균형감이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안정감을 줍니다. 오래된 건물 특유의 냄새와 나무가 내는 미세한 온기 덕분에 공간이 살아 있는 듯했습니다.
3. 역사적 의미와 세심한 복원 흔적
만귀정은 조선 중기의 문인 이석문이 지은 정자로, 학문과 시문을 즐기던 공간이자 제자들과 풍류를 나누던 장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판의 글씨는 당시 명필의 필체를 본떠 복원되었으며, 정면 기둥에는 옛 시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보존을 위해 최근 지붕의 일부 기와가 교체되었는데, 새로운 자재와 기존 자재의 색감 차이를 의도적으로 남겨 두어 세월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했다고 합니다. 기둥 하단에는 목재 보호용 금속판이 설치되어 있어 비바람에 의한 부식이 최소화되어 있었습니다. 안내판에는 만귀정이 낙동강을 중심으로 한 유학 문화의 한 축을 이루었다는 설명이 자세히 적혀 있습니다. 단순히 옛 건물을 보는 것을 넘어, 학문과 풍류가 공존했던 조선의 정자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4. 머무는 이들을 위한 배려와 조용한 쉼터
정자 주변에는 간단한 쉼터와 벤치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마을에서 관리하는 작은 매점이 입구 쪽에 있는데, 따뜻한 음료와 간식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화장실은 주차장 옆에 있으며 관리 상태가 양호했습니다. 강가에는 데크 산책로가 이어져 있어 천천히 걷기에 좋았고, 물결 소리가 일정하게 이어져 마음이 차분해졌습니다. 의외로 인상 깊었던 점은 향이었습니다. 솔숲에서 풍겨오는 솔내음과 강바람이 섞여 자연스럽게 퍼졌습니다. 안내판 옆에는 비치된 손세정제와 쓰레기통이 있어 방문객들이 공간을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인위적인 요소가 적어 정자 본래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았습니다. 잠시 앉아 있다 보면 시간의 흐름이 느려지는 듯했고, 자연스럽게 숨이 고르게 가라앉았습니다.
5. 인근에서 함께 둘러볼 만한 곳들
만귀정을 둘러본 뒤에는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성주 세종대왕자태실로 이동했습니다. 넓은 숲길이 이어져 있어 산책 겸 들러보기 좋았습니다. 그곳의 잣나무 향과 조용한 능선이 만귀정의 분위기와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점심은 가천면사무소 근처의 ‘한방삼계탕 청초정’에서 식사했습니다. 국물이 진하고 인삼 향이 강하지 않아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습니다. 식사 후에는 성주호 전망대로 이동해 낙동강과 들판이 이어지는 풍경을 내려다봤습니다. 도로가 한적해 이동이 수월했고, 사진 찍기에도 좋은 구간이 많았습니다. 하루 일정으로 구성해도 충분히 여유롭고, 날씨가 맑을 때는 노을 시간대에 정자로 돌아와 석양을 보는 것도 좋습니다. 붉은빛이 강 위로 번질 때 만귀정의 실루엣이 더욱 또렷하게 드러납니다.
6. 방문 시 유용한 팁과 시간대별 추천
만귀정은 이른 아침이나 해 질 무렵 방문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오전에는 물안개가 피어올라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저녁에는 햇살이 정자 처마 아래로 부드럽게 스며듭니다. 겨울철에는 바람이 세기 때문에 두꺼운 외투와 목도리를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강가 특성상 습기가 많아 미끄러질 수 있으므로 밑창이 고무 소재인 신발을 추천드립니다. 여름철엔 벌레가 많아 모기기피제를 준비하는 편이 좋습니다. 삼각대 촬영은 가능하지만, 마루 위에서는 진동이 전달되어 흔들릴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주차장은 무료이며, 야간에는 조명이 없으니 해가 지기 전까지 관람을 마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인근 음식점들이 일찍 문을 닫기 때문에 식사는 성주 시내에서 미리 해결하는 것이 좋습니다. 방문 전날 비가 내렸다면 강물의 색감이 더욱 짙어져 사진 찍기에 좋습니다.
마무리
성주 가천면의 만귀정은 조용한 강가에서 세월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화려함은 없지만, 오래된 목재와 강물의 리듬이 만들어내는 조화가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정자에 앉아 바람을 마주할 때 느껴지는 고요함이 이곳의 진정한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다시 찾는다면 봄철 연둣빛이 번질 무렵, 강 위로 물빛이 부드럽게 흐를 때가 좋을 듯합니다. 도심의 속도에서 벗어나 잠시 머물며 마음을 정돈하고 싶을 때, 만귀정은 그 이름처럼 ‘늦게 돌아가도 좋을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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