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조천 북촌리선사주거지, 돌과 바람에 남은 선사시대 마을의 숨결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에 들어섰을 때, 바람이 잔잔히 불며 억새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마을 끝의 낮은 언덕 너머로 ‘북촌리선사주거지유적’이라는 표지판이 보였고, 그 아래로 돌무더기와 움집 터가 고요히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은 청동기시대 사람들이 살던 마을의 흔적으로, 제주의 오랜 생활문화를 보여주는 국가유산입니다. 햇빛이 기단석 위로 비스듬히 내려앉으며 돌의 결을 드러냈습니다.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풀잎이 흔들리고, 그 사이에서 오래된 숨결이 들리는 듯했습니다. 처음 보는 이에게는 단순한 돌무더기일지 몰라도, 한참 바라보고 있자니 그 안에 시간이 잠들어 있는 듯한 감정이 일었습니다.

 

 

 

 

1. 마을 끝, 바람이 머무는 길

 

북촌리선사주거지는 조천읍 북촌초등학교를 지나 북쪽 들판 끝자락에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에 ‘북촌리 선사주거지’라고 입력하면 마을길을 따라 곧장 안내됩니다. 차량은 인근 공터에 주차할 수 있고, 입구에서 유적지까지는 도보로 3분 정도 걸립니다. 길 옆에는 낮은 돌담이 이어져 있으며, 중간마다 안내 표지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평일 오전이라 인적이 드물었고, 바람 소리 외엔 새가 날갯짓하는 소리만 들렸습니다. 길은 완만한 흙길로, 양옆에 들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멀리서 보면 얕은 언덕 위에 돌로 된 원형 구역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마치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는 듯했습니다.

 

 

2. 제주 돌과 흙이 만든 선사마을의 흔적

 

유적지에 도착하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둥근 형태의 움집 터들입니다. 돌을 반원형으로 둘러 기단을 만들고 그 위에 흙벽을 세웠던 구조로, 당시 제주의 자연환경에 맞춰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현재는 벽체가 사라지고 바닥의 돌배열만 남아 있습니다. 돌의 표면은 세월에 닳아 매끈하고, 사이사이에는 작은 풀잎들이 자라 있습니다. 안내문에는 집터의 크기가 대부분 지름 4~5미터 정도라고 적혀 있었고, 생활공간으로 사용된 흔적이 명확하게 남아 있습니다. 한쪽에는 불을 피웠던 화덕 자리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 서 있으니 수천 년 전 사람들이 바람을 막기 위해 둘러앉아 있던 모습이 떠올라 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3. 유적의 보존과 고고학적 의미

 

북촌리선사주거지는 제주 지역의 청동기시대 주거 양식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발굴된 선사 주거지 중에서도 보존 상태가 양호하며, 당시 생활 흔적이 구체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일부 구역에서는 토기 조각과 석기 편이 함께 발견되었다고 안내문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다른 지역의 움집보다 돌 기단의 높이가 낮은 것은 바람이 강한 제주 지형의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그 자체가 생활의 지혜였습니다. 현장에서 보면 각 주거지가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되어 있는데, 이는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마을 형태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였습니다. 작은 공간들이 모여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었던 흔적이었습니다.

 

 

4. 조용히 둘러볼 수 있는 관람 환경

 

유적지 주변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울타리가 낮게 둘러져 있고, 출입 제한 구역 외에는 자유롭게 걸을 수 있습니다. 별도의 입장료는 없으며, 바닥에는 안내 동선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중간중간에 설치된 설명판에는 한글과 영어가 함께 적혀 있어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벤치가 몇 개 놓여 있어 잠시 앉아 쉴 수도 있습니다. 잡초는 정기적으로 제거되어 있었고, 돌배열이 깔끔하게 드러나 있었습니다. 도시의 소음과 완전히 분리된 이곳은 시간의 흐름이 느리게 흘렀습니다. 들판 위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유적지 전체를 감싸며, 마치 자연이 스스로 보존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5. 함께 돌아볼 만한 주변 역사 공간

 

유적지를 둘러본 뒤에는 차로 10분 거리의 ‘함덕해수욕장’으로 향하면 좋습니다.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걷다 보면, 선사시대 사람들이 이 섬에서 어떤 풍경을 마주했을지 상상하게 됩니다. 또 가까운 곳에 ‘별도연대’와 ‘동복리4.3사건공원’이 있어 역사와 시기를 달리한 제주의 흔적을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오후에는 ‘세화오일장’에서 지역 음식을 맛보며 하루를 마무리하기도 좋습니다. 짧은 거리 안에서 고대의 생활유산과 근현대의 역사적 공간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각각의 장소가 서로 다른 시대를 말하고 있었지만, 그 안의 인간적인 온기는 같았습니다.

 

 

6. 관람 시 팁과 느껴지는 인상

 

북촌리선사주거지는 오전 시간에 방문하면 가장 아름답습니다. 햇살이 낮게 들어와 돌의 그림자가 또렷해지고, 사진 촬영하기에도 좋습니다. 여름에는 벌레가 많으므로 긴 바지를 권하며, 겨울에는 바람이 강하니 외투를 챙겨야 합니다. 발굴 구역 사이로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며, 안내문을 천천히 읽으며 동선을 따라가면 당시 생활을 상상하기 쉽습니다. 조용히 둘러보면 바람소리와 새소리 외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돌 하나하나가 말없이 이야기를 전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인위적인 설명보다 현장의 공기가 더 많은 것을 말해주는 공간이었습니다.

 

 

마무리

 

북촌리선사주거지는 제주의 시작을 보여주는 공간이었습니다. 화려한 건물도, 웅장한 구조물도 없지만, 그 단순함 속에 사람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습니다. 바람을 피하려 돌을 쌓고, 불을 지피며 살아가던 이들의 흔적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뒤돌아보니, 햇빛 아래 돌들이 은은하게 빛나며 오랜 시간을 견뎌온 고요함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 정적 속에서 인간의 존재와 자연의 순환이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주의 바람은 여전히 그 시절의 숨결을 간직한 채, 천천히 들판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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