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사 고양 덕양구 지축동 절,사찰
짙은 구름이 걷히던 늦은 오후, 고양 덕양구 지축동의 흥국사를 찾았습니다. 비가 그친 직후라 공기 속에 습기가 가득했고, 흙길에서는 은근한 흙냄새가 피어올랐습니다. 절이 가까워질수록 산 아래의 소음이 사라지고, 나뭇잎 사이로 들려오는 물방울 소리만 남았습니다. 입구에서 바라본 흥국사는 크지 않았지만 오랜 시간의 흔적이 느껴졌습니다. 단청의 색감은 빛에 조금 바래 있었고, 돌계단엔 물기가 반짝였습니다. 그 모습이 오히려 절의 고요함을 더욱 또렷하게 드러냈습니다. 첫인상은 ‘비 온 뒤의 정적’ 그 자체였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오를수록 마음이 점점 가라앉고, 머리 속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1. 지축동 언덕길 끝의 고요한 입구
흥국사는 지축역에서 차로 5분, 걸어서 약 2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에 ‘흥국사 주차장’을 입력하면 산길 아래 공터로 안내되며, 주차 후 도보로 약 7분 정도 오릅니다. 길은 포장되어 있으나 경사가 약간 있으므로 천천히 걸어야 합니다. 올라가는 동안 왼편으로 북한산 자락이 보이고, 오른편에는 대나무숲이 이어집니다. 길가의 돌담 사이로 물이 흘러내리고,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나뭇잎이 부딪히는 소리가 잔잔하게 들렸습니다. 입구에는 ‘흥국사’라 새겨진 석비와 오래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고, 그 아래에서 바람이 살짝 불어와 나뭇잎이 얼굴에 닿았습니다. 조용하지만 생기가 느껴지는 길이었습니다.
2. 경내의 구성과 비 갠 오후의 풍경
경내에 들어서면 중앙의 대웅전이 가장 먼저 시선을 끕니다. 지붕의 기와에는 빗방울이 아직 남아 있었고, 햇살이 스며들며 미세한 반짝임을 만들었습니다. 대웅전 앞에는 석탑 한 기가 서 있고, 그 옆으로 작은 종각이 자리합니다. 바닥은 물기 없이 정갈하게 쓸려 있었으며, 법당 문 앞에는 신도들이 올려둔 국화와 사과 공양이 단정히 놓여 있었습니다. 문을 열면 은은한 향내와 함께 나무 바닥의 따뜻한 감촉이 전해졌습니다. 불단 위의 불상은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천장의 단청은 붉은빛과 초록빛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그 순간 바깥에서 들려온 풍경소리가 법당 안의 공기와 섞이며 부드러운 울림을 만들었습니다. 공간 전체가 고요하게 살아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3. 흥국사의 특징과 전해지는 기운
흥국사는 조선 중기에 창건된 사찰로, 규모는 아담하지만 균형 잡힌 구조가 돋보였습니다. 법당 뒤편으로 돌아가면 ‘삼층석탑’과 함께 작은 약수터가 있습니다. 물이 돌 사이로 천천히 스며나오며 고인 그릇을 채우고 있었는데, 그 소리가 유난히 맑게 들렸습니다. 바람이 지나가면 탑 주위의 풍경이 가볍게 흔들리며 맑은 소리를 냈습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점은 경내의 향나무였습니다. 수백 년 된 나무라 그런지 줄기에서 은근한 향이 퍼져 공기 자체가 차분하게 느껴졌습니다. 사람의 발길이 많지 않아 그런지, 이곳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했습니다. 흥국사는 화려하지 않지만, 그 단정한 균형이 오히려 마음을 다스리는 힘이 있었습니다.
4. 머무는 이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
법당 옆에는 작고 아담한 다실이 있습니다. 문 앞에는 ‘차 한 잔으로 마음을 비우세요’라는 글귀가 손글씨로 붙어 있었습니다. 안에는 따뜻한 유자차와 다기가 놓여 있었고, 창가에 앉으면 대웅전 지붕과 석탑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차를 마시는 동안 바깥의 빗방울이 천천히 마르고, 그 위로 햇빛이 살짝 비쳤습니다. 다실 내부는 조용하고 정리되어 있었으며, 불필요한 장식 없이 차분했습니다. 화장실은 새로 개보수된 형태로, 물기가 없고 수건이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마당 한켠에는 재활용함과 분리수거함이 잘 마련되어 있어 깔끔했습니다. 작은 절이지만 방문객이 편히 머물 수 있도록 배려된 흔적이 곳곳에서 느껴졌습니다.
5. 절을 나선 뒤 이어지는 주변 길
흥국사에서 내려오면 바로 ‘지축둘레길’이 이어집니다. 북한산 능선을 따라 조용한 산책이 가능하며, 길 곳곳에서 절의 지붕이 멀리 보입니다. 둘레길 초입에는 ‘카페 청화’가 있는데, 통유리창 너머로 산 풍경이 한눈에 들어와 차분한 시간을 이어가기 좋습니다. 따뜻한 차를 마시며 사찰에서의 여운을 정리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조금 더 걸으면 ‘삼송지구 호수공원’이 나오는데, 저녁 무렵 노을빛이 물 위에 비치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흥국사, 둘레길, 호수공원을 잇는 하루 코스는 조용하면서도 완성도 있는 흐름을 만들어 줍니다. 자연과 사찰, 그리고 일상의 거리감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길이었습니다.
6. 방문 전 알아두면 좋은 점
흥국사는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되며, 새벽 예불은 오전 5시에 진행됩니다. 주차장은 입구 아래에 있으며, 주말 오전이 가장 한산합니다. 법당 내부는 촬영이 제한되고, 외부 전각은 조용히 이용 가능합니다. 향을 피울 때는 지정된 향로만 이용해야 하며, 산속이라 바람이 강한 날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여름에는 모기나 벌레가 많아 긴팔 옷을 챙기면 좋습니다. 겨울철에는 산바람이 강하게 불기 때문에 따뜻한 복장을 추천합니다. 특히 비가 온 뒤에는 길이 미끄럽기 때문에 편한 운동화를 착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무엇보다도, 이곳은 수행 공간이므로 정숙을 지키는 것이 가장 큰 예의입니다.
마무리
흥국사는 크지 않은 절이지만, 그 안에 담긴 평온함은 깊었습니다. 비 갠 오후의 법당, 향나무의 향기, 그리고 빗방울이 마르는 돌계단—all이 한 장면처럼 이어졌습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진심이 느껴졌고, 그 단아한 분위기가 오히려 더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잠시 머무는 동안 마음이 차분히 정리되고, 머릿속의 소란이 사라졌습니다. 다음에는 새벽 안개가 깔린 시간에 다시 찾아, 고요한 예불 소리를 직접 듣고 싶습니다. 흥국사는 ‘도심 가까이 있지만 산속보다 더 고요한 절’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사찰이었습니다.




댓글
댓글 쓰기